2022. 4. 29. 12:35ㆍ아름다운 road(국내여행, 맛집, 카페 )
전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마 경험에 따라 많이 다르겠지만
나에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비빔밥과 한옥마을이다
사실 한옥마을은 오래전 다녀오고 조금 실망스럽기도 해서
전주에 가더라도 꼭 다시 찾는 장소는 아니다
고즈넉한 한옥마을의 고샅길을 천천히 걸으며 오래된 담장이나 지붕에 눈 맞주거나
담장 아래의 과꽃이나 분꽃 등 어렸을 때 보았던 꽃을 만날 상상을 했었다
도시 상가 속으로 들어돈 기분이 들어 그 번잡함 속으로 일부러 찾아가진 않을 듯 하다
하지만 이 장소 때문에 한옥마을에 다시 들른다
표지판이 이렇게 아름답다니요
왠지 최명희 작가의 글씨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녀의 올곶은 정신에서 오는 글씨체
이정표를 따라 골목으로 들어서면
혼불의 저자 최명희의 문학관이 소박하고 단아한 모습으로 우릴 맞는다
대 작가의 문학관이란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아주 소박한 서민의 집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드는 작은 문학관이 정겹다
그 곳엔 그녀의 혼이 고스란이 모아져 있다
내가 옆에 서서 사진을 찍었어야 했는데 증명하기 어렵지만
혼불을 쓴 원고지가 웬만한 사람의 키 높이만큼 쌓여있다
그 곳엔 그녀의 친구들에게 보냈던 엽서와
고교 때 백일장에서 장원으로 당선된 작품의 원고(우체부)를 읽어볼 수 있다
지금 읽어도 전혀 시대와 시간의 변화를 느낄 수없는 아주 세련된 글이다
그녀가 교사로 재직중인 학교의 교지를 인쇄소에 넘기고 친구에게 보냈다는 엽서가 가슴 찡하다
"어제 교지를 완성하고 인쇄소로 보냈다. 뭔가 허전하다. 내 소설을 써야하는데...."
집필을 하기 위해 얼마나 강력한 집중력이 필요한지 모두 알것 이다
직장생활과 집필을 병행하기 힘들어 하는 고뇌의 흔적이 보인다
그래서 가슴이 찡하다
그녀가 사용했던 문방5우의 모습
컴퓨터로 글을 쓰고 원고를 온라인으로 보내는 요즘과는 너무나 괴리감이 느껴진다
그렇지만 우리가 얼마 전까지 사용했던 것들이라 정겹게 느껴진다
17년간 그녀의 혼을 쏟아부은 소설 혼불을 완성하기 까지 그녀의 몸은 점점 쇠락했다고 한다
젊은 나이에 그녀를 우리 곁에서 떠나게 할 만큼.
반면 그녀가 남긴 대작 <혼불>은 우리 곁에 오래 남아있다
그 수많은 언어들로 엮은 그녀의 소중한 작품을 읽어보면
그녀의 온 몸을 죄어내며 만든 작품이란걸 느낄 수 있다
고맙습니다 라는 인사말이 이 문학관을 나오며 저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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