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꽃길 따라 - 월랑 - 쌍룡 - 성환

2022. 4. 18. 20:06아름다운 road(국내여행, 맛집, 카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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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꽃이 지니 벚꽃이 피고

벚꽃 잎이 바닥에 눈처럼 쌓이니 이제 배꽃이 한창이다

 

기후변화로 꽃이 순서도 잊고  마구 핀다고 걱정을 많이 하던데

그런대로 질서는 지켜지고 있는 것 같다

 

지금껏 2주 1주 간격으로 꽃을 보러 다녔으니 순서는 나름 지키려고 하나보다

 

천안을 조금 벗어나 아산의 음봉길을 달려 성환가는 길로 접어들면

온천지가 배밭이다

 

하얀 포말로 가득한 바다로 보이기도 하고 눈밭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니, 꽃바다라고 부를까?

 

 

배나무는 절제된  힘을 보여준다

 

여기저기 가지를 뻗어 허우적이는 모습이 아니라

(물론 사람이 수형을 만들었지만)

간결하게 힘을 모으며 단단한 열매를 만들어내는 모습이 우직한 사내같다

 

 

 

 

이 꽃터널 아래로 천천히 걸으며 꽃과 눈맞추고 싶다.

간질간질한 웃음을 교환하며 소곤거리기고 싶다

 

이화에 월백하고 은한이 삼경인제

일지 춘심을 자규야 알랴마는

다정도 병인 양하야 잠 못들어 하노라

 

교과서에서 배우고 잊히지 않는 싯귀

그런데 자못 궁금한 게 있다

 

달밤에 보이는 배꽃은 어떤 느낌일까

 

배과수원집 딸도 아니니 달밥에 배꽃을 보기가 어디 쉬운일인가

그러니 그저 궁금할 밖에

 

 

 

 

작가 이효석이 <메밀꽃 필 무렵>에서

달밤에 보이는 메밀밭이 소금을 뿌려놓은 것 같다고 했거늘

배꽃이 핀 배밭은 달밤에 어떤 모습으로 보일까 참 궁금하다

 

 

은은한 달빛에 보이는 꽃 가득한 배밭은

어쩐지 바다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잔잔한 바다

조용한 바다

가만히 누워도 되는 바다

 

지금 아산 음봉에서 성환으로 가는 길

직산에서 성환으로 가는 길엔 

온통 하얀 꽃바다로 넘실대고 있답니다

 

배밭을 만나거든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드라이브하세요

바쁘다고 경적을 울려대는 차가 있거든 살짝 옆으로 차를 빼고 먼저 가라고 하세요

그리고 다시 느리게 배꽃을 감상하며 드라이브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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